‘키토제닉 식단(ketogenic diet)’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고 지방 섭취량을 늘리는 ‘저탄고지’ 식사법으로, 줄여서 케토 식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1920년대에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된 식단이다. 그런데 최근 키토제닉 식단의 또 다른 건강 효능이 연구를 통해 발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키토제닉 식단의 몰랐던 효능과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키토제닉 식단, 체중 감량과 정신질환 개선을 동시에최근 정신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키토제닉 식단은 대사증후군을 예방할 뿐 아니라 정신질환 개선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의과대학 셰바니 세티(shebani sethi) 교수 연구팀은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하는 정신질환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키토제닉 식단의 효과를 연구했다.해당 연구에 참가한 정신질환 환자들은 △과체중 △이상지질혈증 △혈당 조절·인슐린 저항성 장애 등을 가지고 있었으며, 29%의 참여자가 이미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상태였다. 항정신병 약물은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등의 부작용을 동반해 당뇨병 등의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합한 식단을 통해 체중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게 꼽힌다. 따라서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매 식사마다 약 10%가 탄수화물, 30%가 단백질, 60%가 지방으로 구성된 식단을 먹도록 했다.4개월 후 키토제닉 식단을 충실히 따른 환자 중에서 대사증후군이 발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적으로 환자들의 체중은 10% 정도 줄었고, 허리둘레는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대사증후군과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혈압 및 혈당 수치,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 등이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또한 정신 질환이 호전되는 효과도 함께 나타났다. 정신 질환 평가에서는 평균적으로 31% 정도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으며, 양극성 장애와 정신 분열증 집단 참가자의 43%가 연구 기간 동안 증상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삶의 만족도 점수는 17% 향상됐고, 수면의 질 점수도 19% 높아졌다. 연구진은 “정신질환은 뇌의 대사 결핍과 부분적으로 연관돼 있는데, 키토제닉 식단을 통해 뇌에 포도당 대신 케톤을 제공함으로써 뇌의 대사를 돕는 효과”라고 분석했다.
키토제닉 식단 먹은 생쥐, 기억력 저하 늦추는 효과 확인키토제닉 식단은 지방을 분해한 케톤을 인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뇌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도 줄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mci)를 개선하고 기억력 저하를 늦추는 데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교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수의과대학 지노 코르토파시(gino cortopassi) 교수 연구팀은 키토제닉 식단이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생쥐 모델에게 키토제닉 식단과 일반 식단을 7개월 동안 먹이는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키토제닉 식단을 섭취한 생쥐에서 시냅스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한 것이 확인됐다. 특히 기억을 형성하고 학습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시냅스 가소성이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는 인지 결핍과 시냅스 기능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인 만큼, 시냅스 기능이 개선되면서 뇌 기능이 강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지장애를 유발하는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수준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시냅스의 기능이 개선된 것은 혈중 케톤 지표를 확인하는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의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키토제닉 식단을 먹은 생쥐에서 bhb가 거의 7배나 증가했고, 이것이 뇌의 신경세포 연결을 강화해 기억력 문제를 개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키토제닉 식단과 bhb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식이요법 및 영양보충제 성분이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 단계의 알츠하이머를 앓는 사람에게도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토 독감’ 등 부작용 올 수도…만성질환자도 주의 필요키토제닉 식단은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균형하게 영양소를 섭취하는 식단인 만큼 장기간 실천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너무 오랜 시간 키토제닉 식단을 이어가면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만큼, 단순 체중 감량을 위해 식단을 하는 경우라면 기한을 정해두고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 체중을 감량했다고 해서 바로 일반 식사로 되돌아갈 경우,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 현상도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키토제닉 식단은 건강상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다. 몸이 새로운 식단에 적응하는 동안 약 1주일 간 나타나는 ‘케토 독감(keto flu)’이 대표적이다. 인체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연소하는 것에 적응하는 동안 생기는 증상인데, △극심한 피로감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통 △두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 붙은 이름이다. 이외에 피부에 두드러기와 반점이 올라오면서 극심한 가려움증을 겪는 ‘케토래쉬(ketorash)’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식단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증상은 사라지지만, 다시 일반 식사로 되돌아오면서 식단에 변화가 생기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지방 섭취에 주의해야 하는 이상지질혈증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키토제닉 식단을 하기 전 의사와 상담을 거치는 것이 권장된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이경훈 원장(dr리더스내과의원)은 “키토제닉 식단은 지방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식단인 만큼,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중 하나인 ‘케톤산혈증’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치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경훈 원장(dr리더스내과의원 내과 전문의)